멋진 신세계 : 고통을 없앨 수 있다면?
P. 105
육체적 결함은 일종의 의식의 과잉을 낳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역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의식의 과잉은 그 자체의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고독을 택하고 스스로 눈과 귀를 멀게 하여 인위적인 금욕주의적 불능자로 만든다.
헬름홀츠가 의식의 과잉 상태에 놓이자, 자발적으로 금욕주의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보다는 헬름홀츠가 의식의 과잉, 즉 의식의 욕구가 더 강해 육체적 욕구보다 우선시 되는 상태인 것 같다. 마치 <빅뱅이론>의 쉘든처럼 말이다. 쉘든은 자기 자신 만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의식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것을 탐닉한다. 그 밖의 것들은 그의 관심밖이다. 사람의 욕구는 한계가 없지만, 시간은 한계가 있다. 자신이 가진 시간 내에 모든 욕구를 탐닉해야 한다. 그 중에 제일 가장 욕구가 우선시 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헬름홀츠도 자신의 현재 최우선인 의식의 욕구를 충족하다 보니, 육체적 욕구가 뒷전이 된 것이다. 생명체는 욕구를 위해 삶을 살아간다. 육체라는 발전소에서 욕구라는 기름을 먹고 행동이라는 생산물을 생산해 낸다.
P. 158
5분이 지나자 뿌리도 결실의 열매도 소멸되고 단지 현재라는 꽃만이 장밋빛으로 피어났다.
뿌리는 과거를, 결실은 미래를 뜻한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현재의 꽃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우린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1초, 1분만 산다면 시험에 낙방하든 말든 지금 놀면 행복하다. 살이 찌든 말든 걱정 안 하고 빵 한 입 베어무는 순간은 행복하다. 차이든 말든 우선 당장 내 마음을 너에게 전하고 싶어 전달하면 고백하는 그 순간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인과 결과의 연계성을 아는, 사고할 줄 아는, 걱정에 늘 휘감겨 있는 인간이다. 순간만을 살 수는 없다. <멋진 신세계>에서 '소마'가 그 걱정거리를 모두 떨쳐버려 주지만, 그 효과 또한 잠시잠깐일 뿐이다. 정답은 없다. 각기 뿌리와 꽃과 열매에 적당히 시간을 쏟을 수 밖에. 5 대 45 대 50 정도가 적절할 것 같은데, 현재는 14 대 30 대 56 정도 되는 것 같다.
P. 210
남들과 다르면 누구든지 외톨이가 되지 않을 수 없어요. 사람들은 그에게 잔인하게 대하게 되지요.
어렸을 땐 내 세상이 좁아 나도 누군가에게 잔인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잔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의 경험이 쌓이고 보니 제각각의 모습들이 이제 그리 모난 모습이 아닌 걸 알게 되었다. 여전히 모난 모습도 있지만, 그런 모난 모습은 나에게 영원히 모난 모습으로 남길 원하지만. '절대'라 여겼던 것들이 '절대'가 아닌 게 될 때, '아마'였던 것이 '절대'가 될 때 세상이 크게 요동쳤다. 잔인하지 마오. 너도 나도 언젠가는 모나질 테니.